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 번역(飜譯)
훈민정음(訓民正音)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가 이것을 매우 딱하게 여기어 새로 스물여덟글자를 만들어 내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쓰기에 편리하도록 할 따름이니라.
ㄱ는 어금닛소리니 군(君)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며,
어울러 쓰면 뀨(虯규)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ㅋ는 어금닛소리니 쾌(快)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ㆁ는 어금닛소리니 업(業)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ㄷ는 혓소리니 두(斗)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며,
어울러 쓰면 땀(覃담)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ㅌ는 혓소리니 탄(呑)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ㄴ는 혓소리니 나(那)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ㅂ는 입술소리니 별(彆)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며,
어울러 쓰면 뽕(步보)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ㅍ는 입술소리니 표(漂)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ㅁ는 입술소리니 미(彌)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ㅈ는 잇소리니 즉(卽)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며,
어울러 쓰면 짜(慈자)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ㅊ는 잇소리니 침(侵)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ㅅ는 잇소리니 술(戌)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며,
어울러 쓰면 싸(邪사)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ㆆ은 목구멍소리니 읍(把)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ㅎ는 목구멍소리니 허(虛)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며,
어울러 쓰면 홍(洪)자 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ㅇ는 목구멍소리니 욕(欲)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ㄹ는 반혓소리니 려(閭)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ㅿ는 반잇소리니 양(穰)자의 처음 피어나는 소리와 같으니라.
ㆍ는 탄(呑)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ㅡ는 즉(卽)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ㅣ는 침(侵)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ㅗ는 홍(洪)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ㅏ는 담(覃)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ㅜ는 군(君)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ㅓ는 업(業)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ㅛ는 욕(欲)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ㅑ는 양(穰)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ㅠ는 술(戌)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ㅕ는 별(霰)자의 가운데 소리와 같으니라.
종성(받침)에는 다시 초성을 쓰며 ㅇ을 입술소리 아래에 이어 쓰면 곧 입술 가벼운 소리가 된다. 초성을 합쳐 쓰는 데는 어울러 쓸 것이요 종성도 한가지이다. ․ㅡㅗㅜㅛㅠ는 초성 아래에다 붙여 쓰고 ㅣㅏㅓㅑㅕ는 오른쪽에 붙여 쓰나니 모든 글자는 반듯이 합해서 음을 이룬다. 왼쪽에 한 점을 더하면 거성이요, 두 점이면 상성이요, 없으면 평성이요, 입성은 점을 더하는 것은 같으나 빠르다.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
제자해(制字解)
천지자연의 원리는 오로지 음양오행일 뿐이다. 곤(坤)과 복(復)의 사이에서 태극이 생겨나서 움직이고, 멈춘 후에 음양이 생겨나는 것이다. 무릇 목숨을 가진 무리들로 하늘과 땅의 사이에 있는 것들은 음양을 버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사람의 소리는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는데, 사람들이 살펴서 깨닫지 못한 것일 뿐이다. 이제 훈민정음을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슬기로 마련하고, 애써서 찾은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성음을 바탕으로 이치를 다한 것일 뿐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니 어찌 천지 자연, 귀신과 그 사용을 같이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훈민정음 스물여덟 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초성은 모두 열 일곱 자다. 아음(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뜨고, 설음(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을 본뜨고, 순음(입술소리) ㅁ은 입모양을 본뜨고, 치음(잇소리) ㅅ은 이빨 모양을 본뜨고, 후음(목구멍소리)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ㅋ은 ㄱ에 비하여 소리가 나는 것이 세게 나는 까닭으로 획을 더하였다. ㄴ에서 ㄷ, ㄷ에서 ㅌ, ㅁ에서 ㅂ, ㅂ에서 ㅍ, ㅅ에서 ㅈ, ㅈ에서 ㅊ, ㅇ에서 ㆆ, ㆆ에서 ㅎ으로 그 소리를 바탕으로 획은 더한 뜻은 모두 같다. 그러나 오직 ㆁ이 된 것은 다르다. 반설음 ㄹ과 반치음 ㅿ 역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떠서 그 모양을 달리했지만, 획을 더한 의미는 없다. 무릇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은 오행에 근본이 있는 것이므로 4계절에 어울려 보아도 어그러짐이 없고, 오음에 맞춰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목구멍은 깊은 곳에 있고, 젖어 있으니 물(水)이다. 소리는 허하고 통하여, 물이 맑아서 훤히 들여다보이고 두루 통하는 것과 같다. 4계절로는 겨울에 속하고, 5음으로는 우(羽)음에 속한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길어서, 오행의 나무(木)에 해당한다. 어금닛소리는 목구멍소리와 비슷해도 실하기 때문에 나무가 물에서 생겨나지만 형체가 있는 것과 같다. 4계절로는 봄에 속하고, 5음으로는 각(角)음에 속한다.
혀는 날카롭고 움직여서 오행의 불(火)에 해당한다. 혀 소리가 구르고 날리는 것은 불이 이글거리며 활활 타오르는 것과 같다. 4계절로는 여름에 속하고, 5음으로는 치(徵)음에 속한다.
이는 단단하여 끊으니 오행의 쇠(金)에 해당한다. 이 소리가 부스러지고 걸리는 것은 쇠 가루가 단련되어 쇠를 이루는 것과 같다. 4계절로는 가을에 속하고, 5음으로는 상(商)음에 속한다.
입술은 모나지만 합해지므로 오행의 흙(土)에 해당한다. 입술소리가 머금고 넓은 것은 흙이 만물을 감싸고 넓은 것과 같다. 4계절로는 늦여름에 속하고, 5음으로는 궁(宮)음에 속한다.
그러나, 물은 (모든)생물의 근원이요 불은 (모든)생물을 이루는데 쓰이기 때문에, 오행가운데 물과 불이 가장 중요하다. 목구멍은 소리를 내는 문이요, 혀는 소리를 구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오음 가운데 후음과 설음이 주가 된다. 목구멍은 뒤에 있고, 어금니는 그 다음이므로 목구멍소리는 북쪽, 어금니 소리는 동쪽이다.
혀와 이가 그 다음이므로, 혓소리는 남쪽, 잇소리는 서쪽이다.
입술은 맨 끝에 있으니 흙은 일정한 방위 없이 붙어서 4계절(후, 아, 설, 치음)을 왕성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즉, 초성 가운데는 스스로 음양오행 방위의 수가 있다. 또 성음의 청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ㄱㄷㅂㅈㅅㆆ는 전청이 되고, ㅋㅌㅍㅊㅎ는 차청이 되고, ㄲㄸㅃㅉㅆㆅ는 전탁이 되고, ㆁㄴㅁㅇㄹㅿ는 불청불탁이 된다. ㄴㅁㅇ은 그 소리가 가장 거세지 않은 까닭으로 차례는 비록 뒤에 있지만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만드는 기본으로 삼았다. ㅅㅈ은 비록 모두 전청자이지만, ㅅ이 ㅈ에 비하여 소리가 거세지 않은 까닭으로 (ㅅ을 치음) 글자 만드는 기본으로 삼았다. 다만, 어금니 소리(아음)의 ㆁ은 비록 혀뿌리가 후두를 막아 소리의 기운이 코로 나오지만, 그 소리가 ㅇ과 비슷하여 운서에서도 ㆁ가 초성인 의(疑)자와 ㅇ이 초성인 유(喩)자가 자주 서로 섞여 사용된다. (따라서) 지금 (ㆁ자를) 목구멍에서 본떠 만들었으나, 어금니 소리의 글자를 만드는 기본으로 삼지 않은 것은 대개 목구멍은 물(오행의 水)에 속하고, 어금니는 나무(오행의 木)에 속하여 ㆁ은 비록 아음이지만, ㅇ과 비슷하여 마치 나무의 싹이 물에서 나지만 부드러워서 오히려 물 기운이 많음과 같기 때문이다.
ㄱ은 나무가 바탕을 이룬 것이요, ㅋ은 나무가 성장한 것이요, ㄲ은 나무가 나이 들어 씩씩하게 된 것이니 여기까지 모두 어금니에서 모양을 취한 것이다. 전청자를 나란히 쓰면 전탁자가 되는 것은 전청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오직 후음의 차청인 ㅎ이 (나란히 써서) 전탁자가 되는 것은 대개 ㆆ은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않고 ㅎ은 ㆆ에 비해 소리가 얕아서 엉기고, 전탁이 되는 것이다. ㅇ을 입술소리 아래에 이어 쓰면 순경음이 되는 것은 가벼운 소리로써 입술이 잠깐 닿기 때문에 (잠깐 닿았다가 입술을 떼기 때문에) 목구멍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중성은 모두 11자이다. ㆍ는 혀가 오그라져 소리가 깊으니 하늘이 자시(子時)에 열린 것과 같이 맨 먼저 만들어졌다. 둥근 모양은 하늘을 본떴다.
ㅡ는 혀가 조금 오그라져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으니 땅이 축시(丑時)에 열린 것처럼 2번째로 만들어졌다. 평평한 모양은 땅을 본떴다.
ㅣ는 혀가 오그라지지 않아 소리가 얕으니 사람이 인시(寅時)에 생긴 것처럼 3번째로 생겼다. 일어선 모양을 한 것은 사람을 본떴다. 이 밑의 여덟 소리는 하나는 합(원순모음) 이고 하나는 벽(非원순모음)이다. ㅗ는 ㆍ와 같으나 입이 오그라지며, 그 모양은 ㆍ와 ㅡ가 어울려 이룸이며, 하늘과 땅이 처음 어우르는 뜻을 취하였다.
ㅏ는 ㆍ와 같으나 입이 펴지며, 그 모양은 ㅣ와 ㆍ가 어울려 이룸이며, 우주의 작용은 사물에서 나지만 사람을 기다려 이루어지는 뜻을 취하였다.
ㅜ는 ㅡ와 같으나 입이 오그라지며, 그 꼴은 ㅡ와 ㆍ가 어울려 이룸이며, 역시 하늘과 땅이 처음 어우르는 뜻을 취함이라.
ㅓ는 ㅡ와 같으나 입이 펴지며, 그 꼴은 ㆍ와 ㅣ가 어울려 이룸이며, 역시 우주의 작용은 사물에서 나지만 사람을 기다려 이루어지는 뜻을 취하였다.
ㅛ와 ㅗ는 같으나 ㅣ에서 시작되고,
ㅑ와 ㅏ는 같으나 ㅣ에서 시작되고,
ㅠ와 ㅜ는 같으나 ㅣ에서 시작되고,
ㅕ와 ㅓ는 같으나 ㅣ에서 시작된다.
ㅗ,ㅏ,ㅜ,ㅓ는 하늘과 땅에서 비롯되어,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ㅛ,ㅑ,ㅠ,ㅕ는 ㅣ에서 일어나 사람을 겸하여 두 번째로 생긴 것이다.
ㅗ,ㅏ,ㅜ,ㅓ가 둥근 것을 하나로 함은 처음에 생긴 뜻을 나타내고,
ㅛ,ㅑ,ㅠ,ㅕ가 둥근 것을 둘로 함은 두 번째로 생긴 뜻을 나타낸다.
ㅗ,ㅏ,ㅛ,ㅑ의 둥근 것이 위나 밖에 있는 것은 그것이 하늘에서 생겨나 양(陽)이 되기 때문이다.
ㅜ,ㅓ,ㅠ,ㅕ의 둥근 것이 아래나 안에 있는 것은 그것이 땅에서 생겨나 음(陰)이 되기 때문이다.
ㆍ가 여덟 소리에 두루 사용된 것은 양이 음을 거느리며 온갖 사물에 두루 미침과 같다.
ㅛ,ㅑ,ㅠ,ㅕ가 모두 사람을 겸함은 사람은 만물의 영장으로 능히 음양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모양을 취하므로 三才의 이치를 갖추느니라.
그러나 三才가 만물의 앞이더라도 하늘이 또한 三才의 시작이니
ㆍ,ㅡ,ㅣ 석 자가 여덟 소리의 머리가 되며 다시 ㆍ가 석 자의 으뜸이 되었다.
ㅗ는 하늘에서 먼저 생겼는데, 천수(天數) 1은 물을 낳는 자리이다.
ㅏ는 그 다음으로, 천수(天數) 3은 나무를 낳는 자리이다.
ㅜ는 땅에서 처음 생겼는데, 지수(地數) 2는 불을 낳는 자리이다.
ㅓ는 그 다음으로, 지수(地數) 4는 쇠를 낳는 자리이다.
ㅛ는 하늘에서 두 번째로 생겼는데, 천수(天數) 7은 불을 성숙시키는 자리이다.
ㅑ는 그 다음으로, 천수(天數) 9는 쇠를 성숙시키는 자리이다.
ㅠ는 땅에서 두 번째로 생겼는데, 지수(地數) 6은 물을 성숙시키는 자리이다.
ㅕ는 그 다음으로, 지수(地數) 8은 나무를 성숙시키는 자리이다.
물과 불은 아직 기(氣)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음과 양이 서로 어우르는 시초이니 오므라진다.
나무와 쇠는 음양이 고정된 바탕이니 펴진다.(非원순모음 즉 평순모음이 된다.)
ㆍ는 천수(天數) 5로, 흙을 낳는 자리이다. ㅡ는 지수(地數) 10으로 흙을 성숙시키는 수(數)이다.
ㅣ에만 혼자 자리수가 없음은 대개 사람은 무극(無極)의 정수로, 음양오행의 정기가 신묘하게 어울려 엉긴 것으로, ㅣ에만 혼자 자리수가 없음은 대개 사람은 무극(無極)의 정수로, 음양오행의 정기가 신묘하게 어울려 엉긴 것으로, 본래 정해진 자리나, 성숙시키는 자리가 논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중성의 가운데에서도 또한 음양, 오행, 방위의 자리수가 있기 때문이다.
초성 대 중성으로써 말하면, 음양(陰陽)은 하늘의 이치요, 강유(剛柔)는 땅의 이치라. 중성이 한편으로 깊으면, 다른 한편은 얕고, 또 한편이 합이면, 다른 한편은 벽이니, 이는 곧 음양으로 나뉘나 오행의 기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니 하늘(ㆍ)의 작용이다.
초성이 허하고, 실하고, 날리고, 엉기고, 무겁고, 가벼운 것은, 곧 강유(剛柔)가 나타나 오행의 바탕이 이루어진 것이니, 땅의 공(功)이다.
중성이 심, 천, 합, 벽으로 앞의 것(초성)을 부르면, 초성은 5음의 청, 탁으로 뒤의 것 (중성)에 화답하는데, 초성이 되기도 하고, 종성이 되기도 하는 것은 역시 만물이 땅에서 처음 나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다.
초, 중, 종성이 어울려 이루는 글자 (음절)에 대해 말하자면, 마찬가지로 움직임과 멎음이 서로 근본이 되어 음과 양이 어우러져 바뀌는 뜻이 있으니 움직이는 것은 하늘(초성)이요, 멎어 있는 것은 땅(종성)이며, 움직임과 멎음을 겸한 것은 사람(중성)이라.
대개 오행은 하늘에 있은 즉 신의 운행이요, 땅에 있는 즉 바탕의 이룸이다.
사람에게 있은 즉 인(仁), 예(禮), 신(信), 의(義), 지(智)는 신의 운행이요,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은 바탕의 이룸이다.
초성에는 일어나 움직이는 뜻이 있으니, 이는 하늘이 하는 일이며, 종성에는 멎어 정하게 하는 뜻이 있으니, 이는 땅이 하는 일이라.
중성은 초성의 생김을 이어 종성의 이룸에 잇대주니 사람이 하는 일이다.
대개 자운(음절)의 허리는 중성에 있는데, 초성과 종성을 어우러 소리를 이룬다. 이는 역시 하늘과 땅이 만물을 생성하되 그 조절과 보충은 반드시 사람에 힘입음과 같다.
종성에 초성을 다시 씀은, 그것이 움직여 양이 된 것도 건(乾)이요, 멎어 음이 된 것도 건(乾)때문이니, 건(乾)은 실로 음양으로 나뉘어 주재하여 다스리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태초의 기운이 두루 흘러 다하지 않으매, 4철의 운행이 순환하여 끝이 없으므로 정(貞)에서 다시 원(元)이 되고, 겨울이 다시 봄이 되니, 초성이 다시 종성이 되고 종성이 다시 초성이 됨도 역시 이러한 이치니라.
아! 정음이 만들어져 천지 만물의 이치를 모두 갖추니, 그 신이로움이여!
이는 아마도 하늘이 성군(세종대왕)의 마음을 여시고, 그 솜씨를 빌려주신 것이 아니겠는가?
결(訣) 왈(曰)
천지의 화함은 본래 하나의 기운인데
음양 오행이 처음과 끝에 따른다.
만물은 둘 사이에서 모양과 소리가 있으니
원본은 두 이수(理數)로 통함이 없다.
정음의 글자를 만든 것은 오히려 그 상이고,
소리로 인하여 그것을 갈아 매번 획을 더하였다.
소리가 어금니, 혀, 입술, 이, 목구멍에서 나오니
이것이 초성 글자 열일곱이 되었다.
어금닛소리는 혀의 뿌리가 목구멍을 막은 모양에서 취하고,
오직 ㆁ 은 ㅇ과 비슷한데 뜻이 다른 것을 취하였다.
혓소리는 혀가 윗잇몸에 붙은 상이고,
입술소리는 실제로 입 모양을 취한 것이고,
잇소리 목구멍소리는 이와 목구멍의 모양을 직취한 것이다.
또 반설 반치음이 있는데,
취한 모양은 같으나 체는 다르다.
ㄴ ㅁ ㅅ ㅇ 소리는 갈지 않고,
차서는 비록 뒤인데 상형이 처음이다.
모든 사시에 짝하여 충기를 주니,
오행 오음이 화합하지 않는 것이 없다.
오직 목구멍소리는 수(水) 겨울이 되어 우(羽)를 베풀고,
어금닛소리는 봄의 목(木)으로 그 음은 각(角)이다.
치(徵)음은 여름 화(火)로 혓소리이고,
잇소리는 상(商)이고 가을이며 또 금(金)이다.
입술소리는 자리와 수(數)가 본래 모자람이 없는데,
토(土)이며 계절은 여름이며 궁(宮)음이 된다.
성음(聲音)은 또 자연 청(淸)ㆍ탁(濁)이 있는데,
처음 피어나는 것을 자세 헤아려 찾아야 한다.
완전 맑은 소리는 ㄱ ㄷ ㅂ 이고,
곧 ㅅ ㆆ 또한 완전 맑은 소리이다.
만약 ㅋ ㅌ ㅍ ㅊ ㅎ 로 바뀌면
오음이 각기 하나의 차청(次淸)이 된다.
완전히 탁한 소리는 ㄷ ㄸ ㅃ 이고,
또 ㅉ ㅆ 가 있고 또 ㆅ 이 있다.
완전히 맑은 소리를 아울러 쓰면 완전 탁한 소리가 되고,
오직 ㆅ 은 자연 ㅎ 와 같지 않다.
ㆁ ㄴ ㅁ ㅇ 및 ㄹ ㅿ은
그 소리가 맑지 않고 또 탁하지도 않다.
ㅇ 의 이어 쓴 것은 입술이 가볍게 되고,
목구멍소리는 많고 입술이 잠깐 합한다.
중성 열하나 또한 상에서 취하였는데
정의(精義)는 가하지 않으나 보기는 용이하다.
그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의 상이고,
ㅊ 은 사람이 선 모양으로 그 소리가 얕다.
삼촌(三寸)의 도(道)는 이에 갖추게 되는데,
ㆅ 은 하늘에서 나오는데 오히려 합(闔)이 된다.
상은 하늘이 둥근 것을 취하여 땅이 평평한 것에 합한다.
ㄸ 또한 하늘에서 나와 이미 열리게 되니,
사물에서 피어나서 사람에게 나아가게 된다.
처음 생한 의(義) 하나의 둥근 것을 쓰는데,
하늘에서 나와서 양(陽)이 되어 위의 밖에 있다.
ㅇ ㅿ은 사람을 겸하여 다시 나오게 되고,
두 원의 모양이 되면 그 의(義)를 본다.
ㄱ ㆁ ㅅ ㅂ 은 땅에서 나오고,
예를 들었으니 어떻게 평하는지 스스로 안다.
ㅌ의 글자가 되면 입성(入聲)을 꿰고,
오직 하늘의 쓰임은 두루 흘러 다닌다.
4성이 사람을 겸하는 것은 또한 유래가 있으니
사람이 천지에 간여하여 가장 신령하게 된다.
또 3성이 나아가서 지극한 이치를 궁구하고,
자연히 강유(剛柔)와 음양(陰陽)이 있다.
중(中)은 천(天)인데 음양을 쓰고,
처음 땅의 공이 옮기어 강유(剛柔)가 드러난다.
중성의 말을 꺼내는 것이 초성과 합하고,
하늘이 땅보다 먼저이니 자연의 이치다.
화하는 것이 처음이 되고 또한 끝이 되니,
만물이 생하고 다시 모두 곤으로 돌아간다.
음이 변하여 양이 되고 양이 음으로 변하며,
한 번 동(動)하고 한 번 정(靜)하여 서로 뿌리가 된다.
양이 되는 움직임은 하늘이 주인이고,
종성은 땅의 음의 고요함에 비유한다.
자음(字音)은 여기에 멈추어 정해지는데,
운(韻)이 이루어지는 것은 중성의 쓰임에 있어야 한다.
사람은 능히 상(相)을 도울 수 있으니 천지가 마땅하고,
양(陽)의 용(用)이 되는 것은 음(陰)에 통한다.
도래하여 펼치면 도리어 돌아가고,
초(初) 종(終)은 비록 양의(兩儀)라 이르는데,
종(終)은 초성을 쓰는 뜻을 알 수 있다.
정음(正音)의 자(字)는 단지 스물여덟이니,
섞여 헝클어진 것을 탐색하여 깊은 기미를 다하라.
가리킴은 멀지만 말은 가까우니 백성이 쉽도록 인도하고,
하늘이 무엇을 주든 이에 지혜롭고 공교히 한다.
초성해(初聲解)
정음(正音)의 초성은 즉 운서(韻書)의 자모이니, 말소리가 이로부터 생겨나므로 ‘모’라 한다. 어금닛소리 ‘군(君)’자의 초성은 ‘ㄱ’으로, ‘ㄱ’과 ‘ᅟᅮᆫ’이 어울려 ‘군’이 된다. ‘쾌(快)’자의 초성은 ‘ㅋ’으로, ‘ㅋ’과 ‘ㅙ’가 어울려 ‘쾌’가 된다. ‘뀨’자의 초성은 ‘ㄲ’으로, ‘ㄲ’과 ‘ㅠ’가 어울려 ‘뀨’가 된다. 업(業)자의 초성은 ‘ㆁ’으로, ‘ㆁ’과 ‘ᅟᅥᆸ’이 어울려 ‘’이 되는 따위이다. 혓소리 두(斗), 탄(呑), 담(覃), 나(那), 입술소리 별(彆), 표(漂), 보(步), 미(彌), 잇소리 즉(卽), 침(侵), 자(慈), 술(戌), 사(邪), 목소리 읍(挹), 허(虛), 홍(洪), 욕(欲), 반혀.반잇소리 여(閭), 양(穰), 모두 이를 따른다.
결(訣) 왈(曰)
ㄱ ㅋ ㄲ ㆁ 의 소리는 어금닛소리이고,
혓소리는 ㄷ ㅌ 및 ㄸ ㄴ 이다.
ㅂ ㅍ ㅃ ㅁ 은 입술소리이고,
잇소리는 ㅈ ㅊ ㅉ ㅅ ㅆ 가 있다.
ㆆ ㅎ ㆅ ㅇ 은 목구멍소리로 변하고,
ㄹ 은 반설(半舌)이고 ㅿ 은 반치(半齒)음이 된다.
스물 세자가 모(母)가 되니,
만 가지 소리가 생하고 생하는 것이 모두 이것으로 부터이다.
중성해(中聲解)
중성은 음절(字韻)의 가운데 놓여 초.종성과 합하여져 소리를 이룬다.
呑자의 중성은 ㆍ로, ㆍ가 ㅌ과 ㄴ 사이에 놓여 ‘ᄐᆞᆫ’이 되고, 즉(卽)자의 중성은 ㅡ로, ㅡ가 ㅈ과 ㄱ 사이에 놓여 ‘즉’이 되고, 침(侵)자의 중성은 ㅣ로, ㅣ가 ㅊ과 ㅁ 사이에 놓여 ‘침’이 되는 따위와 같다. 홍(洪), 담(覃), 군(君), 업(業), 욕(欲), 양(穰), 술(戌), 별(彆), 모두 이를 따른다.
두 자가 합하여져서 쓰이는 중성은, ㅗ와 ㅏ는 똑같이 ㆍ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ㅘ가 된다. ㅛ와 ㅑ는 또 똑같이 ㅣ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ㆇ’가 된다. ㅜ와 ㅓ는 똑같이 ㅡ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ㅝ’가 된다. ㅠ와 ㅕ는 또 똑같이 ㅣ에서 나왔으므로 합하여져서 'ㆋ'가 된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나와 같은 류(類)가 되었으므로, 서로 어우러짐에 어그러짐이 없다. 한 글자짜리 중성이 ㅣ와 어울린 것은 10개로, ㅓ,ㅢ,ㅚ,ㅐ,ㅟ,ㅔ,ㆉ,ㅒ,ㆌ,ㅖ, 그것이다. 두 글자짜리 중성이 ㅣ와 어울린 것은 4개로, ㅙ,ㅞ,ㆈ,ㆋ, 그것이다. ㅣ가, 심천합벽의 소리에 두루 능히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 입을 벌리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이 만물을 여는 데 참여하여 통하지 않음이 없음을 볼 수 있다.
결(訣) 왈(曰)
모(母)자의 음은 각기 가운데에 있는데
반드시 중성에 나아가 합벽을 찾는다.
ㆅ ㄸ 은 ㆍ 에 합하여 쓸 수 있고,
ㄱ ㆁ 이 나와서 곧 또 합할 수 있다.
ㅇ 과 ㅿ 과 ㅅ 과 ㅂ 이 그것이고,
각기 좇는 바가 있어 의(義)를 헤아릴 수 있다.
ㅊ 의 용(用)이 되는 것이 가장 많이 거하고,
14성이 두루 서로 따른다.
종성해(終聲解)
종성이란 것은 초성과 종성으로 이어받아서 자운을 이루는 것이다. 가령 즉 자의 종성은 ‘ㄱ’이니 ‘ㄱ’은 ‘즈’의 끝에 있어서 ‘즉’이 되고 홍(洪)자의 종성은 ‘ㆁ’이니 ‘ㆁ’은 ‘’의 끝에 있어서 ‘’이 되는 것 따위와 같다.
혓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도 마찬가지나 소리에는 느리고 빠름의 다름이 있으므로 평성, 상성, 거성은 그 방법이 입성의 촉급과 같지 않고, 불청 불탁의 글자는 그 소리가 세지 않는 까닭에 받침으로 쓰면 입성에 마땅하다. 그러므로 ㄴㅁㄹ 여섯 자는 평성, 상서, 거성의 받침이 되고 그 나머지는 다 입성의 받침이 된다.
그러나 ㄱ ㄴ ㄷ ㄴ ㅂ ㅁ ㅅ ㄹ 여덟자 만으로도 족히 쓸 수 있다.
가령 ‘곶’은 이화(梨花)가 되고 ‘의갗’은 호피(狐皮)가 되는데 ‘ㅅ’자로서 가히 통하여 쓸 수 있다. 그러므로 단지 ‘ㅅ’자로 쓴다. 또 ‘ㅇ’은 소리가 맑고 비어서 반드시 받침에 쓰지 않아도 ‘ㅂ’은 ‘’의 받침이 되고 ‘ㅁ’은 ‘땀’의 받침이 되고,‘ㅅ’은 우리말로 ‘옷’의 받침이 되고 ‘ㄹ’은 우리말로 ‘실’의 받침이 되는 것 따위와 같다.
오음은 느리고 빠름이 각각 저절로 대가 되어있다. 가량 어금닛소리 ‘ㆁ’은 ‘ㄱ’과 대가 되니 ‘ㆁ’을 빠르게 부르면 ‘ㄱ’으로 변하여 급해지고, ‘ㄱ’을 천천히 내면 ‘ㆁ’으로 바뀌어 느리니 혓소리의 ㄴ ㄷ과 입술소리의 ㅁ ㅂ과 잇소리의 ㅿ ㅅ과 목구멍소리의 ㅇ ㆆ은 그 느리고 빠름의 상대가 또한 이와 같다.
또 반혓소리 은 마땅히 우리말이나 쓸 것이요 한자음에는 쓸 수 없는 것이니 가령 입성의 별자도 받침에 마땅히 ‘ㄷ’을 써야만 될 것이나 시속에 ㄹ로 읽으니 대가 ‘ㄷ’이 바뀌어 가볍게 될 것이다.만약 ‘ㄹ’을 볃자의 받침으로 쓴다면 그 소리가 느리어 입성이 되지 않는다.
결(訣) 왈(曰)
불청불탁을 받침에 쓴다면
평, 상, 거성이 되고 입성이 되지 않으며,
전청과 차청 또 전탁은
모두 다 입성이 되어 촉급하다.
초성이 되는 이치는 그러하나
다만 여덟 자만 써도 궁하지 않다.
오직 ㅇ소리만은 마땅히 쓸데에
중성으로 음을 이루어 가히 통하리라.
만약 즉 자를 쓰려면 ‘ㄱ’을 끝에 쓰고,
‘ ’에는 ‘ㆁ’이요 볃에 ‘ㄷ’이 끝이니
군,  , 담자의 받침은 또 어떠할까?
ㄴ ㅂ ㅁ차례로써 미루어 알리라.
여섯 글자는 한자와 우리말에 두루 쓰고
옷과 실의 ㅅ ㄹ은 우리말에만 쓴다.
오음의 완급이 다 각각 대가 되니
‘ㄱ’소리는 ‘ㆁ’소리를 빠르게 낸 것이요,
ㄷ ㅂ소리가 느리면 ㄴ ㅁ이 되고,
ㆆ ㅇ은 ㅅ ㄴ과 더불어 대가 된다.
ㄹ 은 우리말에는 쓰나 한자에는 안쓰고
ㄷ이 가볍게 ㄹ됨은 시속의 습관이라.
합자해(合字解)
초.중.종 3성은 어울려야 글자를 이룬다. 초성은 중성의 위에 놓이거나 왼쪽에 놓인다.
‘군’자의 ㄱ이 ㅜ 위에 있고, ‘ㆁ’자의 이 ㅓ 왼쪽에 있는 따위와 같다. 중성의 ‘둥근 것’과 ‘가로로 된 것’은 초성의 아래에 놓이는데, ㆍㅡ, ㅗ, ㅛ, ㅜ, ㅠ 그것이다. ‘세로로 된 것’은 초성의 오른쪽에 놓이는데, ㅣ,ㅏ,ㅑ,ㅓ,ㅕ 그것이다. ‘즉’자의 ㅡ는 ㅈ의 아래에 놓이고, ‘침’자의 ㅣ는 ㅊ의 오른쪽에 놓이는 따위와 같다. 종성은 초.중성의 아래에 놓인다. ‘군’자의 ㄴ은 구의 아래에 놓이고, ‘업’자의 ㅂ은 어의 아래에 놓이는 류다. 초성의 두 세 글자를 합용병서는 ‘ㅼㅏ’는 지(地)가 되고, ‘’은 척(隻)이 되고, ‘’은 극(隙)이 되는 류다. 각자 병서는 우리말의 혀는 설(舌)이 되고, ‘소다’는 물건을 덮는다는 뜻이고, ‘쏘다’는 물건을 발사한다는 뜻이다.
중성의 두 세 글자짜리는 어울려 쓰임이 우리말의 ‘.과’는 금주(琴柱)가 되고, ‘.홰’는 거(炬)가 되는 류다.
종성의 두 세 글자짜리는 어울려 쓰임은 우리말의 은 토(土)가 되고, 낛은 조(釣)가 되고, 는 유(酉時)가 된다. 합용병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것이 초중종성 3성에 모두 해당된다. 한문과 우리말을 뒤섞어 쓸 경우, 한자의 음으로 인해 중.종성으로 보충하는 일이 있으니, 공자에 주격조사가 붙으면, 孔子ㅣ라 표기하고, 魯에 사이시옷이 붙으면 魯ㅅ사람으로 표기하는 것과 같다. 우리말의 평.상.거.입성은 궁(弓)은 평성이고, 석(石)은 상성이고, 도(刀)는 거성이고, 필(筆)은 입성의 류다. 모든 글자의 왼쪽에 1점을 더하면 거성, 2점이면 상성, 점이 없으면 평성이고, 중국자음의 입성은 (우리말의) 거성과 비슷하지만, 우리말 입성은 정해진 바가 없으니, 평성과 비슷하여, ‘긷’은 주(柱)가 되고, ‘녑’은 협(脅)이 된다. 혹 상성과 비슷하여 ‘:낟’은 곡(穀)이 되고, ‘:깁’은 회(繒)가 되나, 거성과 비슷하여 ‘.몯’은 정(釘)이 되고, ‘.입’은 구(口)가 되는 것과 같은 따위이나, 그 점찍기는 평.상.거성과 같다.
평성은 수월하고 부드러우니 봄이며, 만물이 천천히 피어 자람이라.
상성은 부드러우며 높아지니 여름이며, 만물이 점차 성함이라.
거성은 높아지면서 단단해지니 가을이며, 만물의 성숙이라.
입성은 빠르며 막히니 겨울이며, 만물이 문득 자취를 감춤이라.
초성의 ㆆ과 ｏ은 서로 비슷하여 우리말에서 통용될 수 있다.
반혓소리에는 가볍고 무거움의 두 소리가 있다. 그러나 운서의 자모에서는 (구별하지 않고) 오직 하나로 하였고, 또한 우리나라말에서는 비록 가볍고 무거움으로 나누지 않으나 모두 말소리가 될 수 있다. 만일 별도로 쓰고자 한다면, 입술가벼운소리의 보기를 따라, ｏ을 ㄹ아래 붙여 써 '반입술가벼운소리'가 되는데, 혀가 윗잇몸에 잠깐만 붙는다.v
ㆍ와ㅡ가 ㅣ소리에서 일어난 소리는 우리 나라말에서 쓰임이 없고, 어린이 말이나 시골말에 간혹 있기도 하는데, 마땅히 두 글자를 어울려 쓸 것이니 그 세로로 된 글자를 먼저 쓰고 가로로 된 글자를 나중에 쓴 글자는 다른 글자(가로로 된 글자를 먼저 쓰고, 세로로 된 글자를 나중에 쓴 글자)와 다르다.
결(訣) 왈(曰)
초성(初聲)은 중성의 왼쪽 위에 있는데,
ㆆ ㅇ 은 속말에서는 서로 같이 쓴다.
중성(中聲) 열 하나는 초성에 붙이는데,
둥글게 횡으로 아래에 쓰고 오른쪽은 세로로 쓴다.
종성을 쓸 때는 어느 곳에 쓰는가?
초, 중성의 아래에 붙여서 쓴다.
초성 종성은 합하여 쓰는데 각기 나란히 쓰고,
중성 또한 다 왼쪽으로부터 합하여 쓴다.
세속의 말의 4성은 어떻게 분별하는가?
평성이면 궁(弓) 상성은 석(石)이고,
도(刀)는 거성이 되고, 필(筆)은 입성이 된다.
이것 사물을 보면 다른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음(音)은 왼쪽의 점으로 인하여 4성을 분별하는데,
하나는 거성이고 둘은 상성이며 점이 없으면 평성이다.
말의 입성이면 정함은 없으나 또한 점을 더한다.
글의 입성이면 거성과 비슷한데,
방언이나 속된 말이 많아 같지 않다.
말은 있고 글이 없으면 써서 통하기 어렵다.
어느날 아침
신공(神工)을 힘써서 제작(制作)함
대동(大東) 천고(千古)에 몽롱(矇朧)함을 열다.
용자례( 用字例)
초성 ㄱ은 ‘:감’이 시(枾)가 되고 ‘ᄀᆞᆯ’이 노(蘆)가 됨과 같으며 ㅋ은 ‘우·케’가 찧지 않은 벼가 되고 ‘콩’이 대두(大豆)가 됨과 같으며 ㅎ은 ‘러·울’이 달(獺)이 되고 ‘서·에’가 유시(流嘶)가 됨과 같으며 ㄷ는 ‘·뒤’가 모(茅)가 되고 ‘·담’이 장(墻) 이 됨과 같으며 ㅌ은 ‘고티’가 견(繭)이 되고 ‘두텁’이 섬서(蟾蜍)가 됨과 같으며 ㄴ은 ‘노로’가 장(獐)이 되고 ‘납’이 원(猿)이 됨과 같으며 ㅂ은 ‘ᄇᆞᆯ’이 비(臂)가 되고 ‘:벌’이 봉(蜂)이 됨과 같으며 ㅍ은 ‘·파’가 총(蔥)이 되고 ‘·ᄑᆞᆯ’이 승(蠅)이 됨과 같으며 ㅁ은 ‘:뫼’가 산(山)이 되고 ‘·마’가 서여(薯藇)가 됨과 같으며 ‘ᄇᆞ’는 ‘사 ·’가 하(蝦)가 되고 ‘드·뵈’가 호(瓠)가 됨과 같으며 ㅈ는 ‘·자’가 척(尺)이 되고 ‘죠·’가 지(紙)가 됨과 같으며 ㅊ은 ‘·체’가 사(籭)가 되고 ‘·채’가 편(鞭)이 됨과 같으며 ‘ㅅ’은 ‘·손’이 수(手)가 되고 ‘:셤’이 도(島)가 됨과 같으며 ‘ㅎ’은 ‘·부헝’이 휴류(鵂鶹)가 되고 ‘힘’은 근(筋)이 됨과 같고, ‘ㅇ’은 ‘·비육’은 계추(鷄雛)가 되고 ‘·ᄇᆞ얌’이 사(蛇)가 됨과 같으며 ‘ㄹ’은 ‘·무뤼’가 박(雹)이 되고 ‘어·름’이 빙(氷)이 됨과 같으며 ‘ㅿ’는 ‘아’가 제(第)가 되고 ‘:너’가 보(鴇)가 됨과 같다.
우.게… 벼(稻)지금까지 경상도 방언에 남아 있음. 러.울…너구리(獺), 서에…성에(流, 氷茂子), 두텁…두께비(蟾蜍), 납…원숭이 또는 잔나 비(猿), ᄇᆞᆯ…팔(臂), ᄑᆞᆯ…파리(蠅), 사.…새우(蝦), 드뵈…박(瓢, 瓠), 비육…병아리(鷄雛), :너…너새(鴇)
중성 ㆍ는 ‘·ᄐᆞᆨ’이 이(頤)가 되고‘·ᄑᆞᆺ’이 소두(小豆)가 되고 ‘ᄃᆞ리’가 교(橋)가 되고 ‘ᄀᆞ래’가 추(楸)가 됨과 같으며 一는 ‘·믈’이 수(水)가 되고 ‘·발·측’이 근(跟)이 되고 ‘그력’이 안(鴈)이 되고 ‘드.레’가 급기(汲器)가 됨과 같으며 ㅣ는 ‘깃’이 소(巢)가 되고 ‘:밀’이 납(蠟)이 되고 ‘.피’가 직(稷)이 되고 ‘.키’가 기(箕)가 됨과 같으며 ㅗ는 ‘.논’이 수전(水田)이 되고 ‘.톱’이 거(鉅)가 되고 ‘호 .미’가 서(鋤)가 되고 ‘벼.로’가 연(硯)이 됨과 같으며 ㅏ는‘.밥’이 반(飯)이 되고 ‘.낟’이 겸(鎌)이 되고 ‘이.아’가 종(綜)이 되고 ‘사.ᄉᆞᆷ’이 녹(鹿)이 됨과 같으며 ㅜ는 ‘숫’이 탄(炭)되고 ‘.울’이 이(蘺)가 되고 ‘누.에’가 잠(蚕)이 되고 ‘구.리’가 동(銅)이 됨과 같으며 ㅓ는 ‘브’이 조(竈)가 되고 ‘:널’이 판(板)이 되고 ‘서리’가 상(霜)이 되고 ‘고.욤’이 영(梬)이 되고 ‘샵도’가 창출채(創朮菜)가 됨과 같으며 ㅑ는 ‘남샹’이 구(龜)가 되고 ‘약’이 구별(龜鼈)이 되며 ‘다.야’가 이(匜)가 되고 ‘쟈감’이 교맥 피(蕎麥皮)가 됨과 같으며 ‘ㅠ’는 ‘율믜’가 의이(薏苡)가 되고 ‘쥭’이 반초(飯 )가 되고 ‘슈.륩’이 우산(雨傘)이 되고 ‘쥬련’이 세(帨)가 됨과 같으며 ㅕ는 ‘.엿’이 이당(飴糖)이 되고 ‘.뎔’이 불사(佛寺)가 되고 ‘.벼‘가 도(稻)가 되고 ‘:져비’가 연(燕)이 된다는 것과 같다.
ᄑᆞᆺ…팥(小豆, 荳), 발·측…발뒤꿈치(踵), 이·아…잉아(綜) 베틀에 쓰이는 실, 브…(조, 두), 샵도…창출뿌리(蒼朮, 山精, 仙朮), 약…거북의 이름(龜鼈), 쟈감…메물껍질(蕎麥皮), 쥭…밥주걱(飯), 슈룹…우산(雨傘), 다·야…대여( ) 세수그릇
종성 ㄱ은 ‘닥’이 저(楮)가 되고 ‘독’이 옹(甕)이 됨과 같으며, ㆁ은 ‘:굼벙’이 제조(蠐螬)가 되고 ‘.울창’이 과두(蝌蚪)가 되는 것과 같으며, ㄷ은 ‘.갇’이 입(笠)이 되고 ‘싣’이 풍(楓)이 됨과 같으며, ㄴ은 ‘신’이 구(屨)가 되고 ‘.반되’가 형(螢)이 됨과 같으며 ㅂ은 ‘섭’이 신(薪)이 되고 ‘굽’이 제(蹄)가 됨과 같으며, ㅁ은 ‘:범’이 호(虎)가 되 고 ‘.’이 천(泉)이 됨과 같으며, ㅅ은 ‘:잣’이 해송(海松)이 되고 ‘.못’이 지(池)가 됨과 같으며, ㄹ 은 ‘.ᄃᆞᆯ’이 월(月)이 되고 ‘:별’이 성(星)이 되는 것 따위와 같다.
닥…닥나무(楮) 종이 만드는 나무, 싣…단풍나무(楓), 섭…섶나무(薪)
정인지 서(鄭麟趾 序)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다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글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이 소리에 따라서 글자를 만들어서, 그리하여 온갖 사물의 실상과 통하게 하였고, 삼재의 도리를 책에 싣게 하니, 후세 사람이 능히 바꾸지 못하였다. 그러나 세계는 기후와 토질이 나누어져 있으며, 말소리의 기운도 또한 따라서 서로 다르다. 대개 중국 이외의 나라말은 그 말소리는 있으나, 그 글자는 없다. 중국의 글자를 빌어서, 그리하여 그 사용을 같이하고 있으니, 이는 마치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낀 것과 같이 서로 어긋나는 일이어서 어찌 능히 통달해서 막힘이 없을 수 있겠는가?
요컨대 모두 각자가 살고 있는 곳에 따라서 정해질 것이지, 그것을 강요하여 같이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동방은 예악(禮樂), 문장등 문물제도가 중국에 견줄만하나 다만 방언 이어가 (나라말만은) 중국과 같지 않다. 글 배우는 이는 그 뜻의 깨치기 어려움을 근심하고 법을 다스리는 이는 그 곡절의 통하기 어려움을 괴롭게 여기고 있다. 옛날, 신라의 설총이 처음으로 이두글자를 만들었는데, 관청과 민간에서는 이제까지도 그것을 쓰고 있다.
그러나 모두 한자를 빌어서 사용하므로, 어떤 것은 어색하고 어떤 것은 들어맞지 않는다. 비단 속되고 이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말을 적는데 이르러서는 그 만분의 일도 통달치 못하는 것이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비로소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간략하게 예의(例義)를 들어 보이시고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지으셨다. 이 글자는 상형해서 만들되 글자 모양은 중국의 고전(古篆)을 본떴고, 소리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였으므로 음은 칠조에 맞고, 삼재의 뜻과 이기(二氣,陰陽)의 묘가 다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28글자를 가지고도 전환이 무궁하여 간단하고도 요긴하고 정(精)하고도 통하는 까닭에,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이를) 깨우치고,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 이 글자로써 한문을 풀면 그 뜻을 알 수 있고, 이 글자로써 송사를 심리하더라도 그 실정(實情)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한자음은 청탁을 능히 구별할 수 있고, 악가(樂歌)의 율려(律呂)가 고르게 되며, 쓰는 데 갖추어지지 않은 바가 없고,(어떤 경우에라도) 이르러 통달하지 않는 곳이 없다. 바람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일지라도 모두 이 글자를 가지고 적을 수가 있다. 드디어 (세종께서) 저희들에게 자세히 이 글자에 대한 해석을 해서 여러 사람들을 가르치라고 분부하시니, 이에 신(臣)은 집현전 응교 최 항, 부교리 신 박팽년, 신 신숙주, 수찬 신 성삼문, 돈녕부 주부 신 강희안, 행(行)집현전부수찬 신 이개, 신 이선로 등과 더불어 삼가 여러 해(解)와 예(例)를 지어서 이 글자에 대한 경개를 서술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우치도록 바랐사오나, 그 깊은 연원이나 자세하고 묘한 깊은 이치에 대해서는, 신들이 능히 펴 나타낼 수 있는 바가 아니다. 공손히 생각하옵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서 지으신 법도와 베푸신 시정 업적이 온갖 임금을 초월하여, 정음을 지으심도 어떤 선인(先人)의 설을 이어 받으심이 없이 자연으로 이룩하신 것이라. 참으로 그 지극한 이치가 들어 있지 아니한 데가 없으니, 어떤 개인의 사적인 조작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대저 동방에 나라가 있음이 오래 되지 않음이 아니나, 문물을 창조하시고 사업을 성취시켜 주실 큰 지혜는 대개 오늘을 기다리심이 계셨구나!
정통 11년 9월 상한,
자헌대부· 예조판서· 집현전 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 우빈객, 신 정인지는 두 손 모아 절하고 머리 조아려 삼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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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 음파성명학 
